하나의 장난감으로 이어지는 인연-1

하나의 장난감으로 이어지는 인연

야마비코야(山響屋)의 점주, “세가와 신타로”씨를 인터뷰. 향토 완구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이유와 세가와씨를 통하여 만들어지는 인연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취급하는 상품은 규슈 전역의 향토 완구와 민예품

후쿠오카시 주오구 이마이즈미. 셀렉트샵과 카페, 미용실 등이 들어서 있는 거리는 후쿠오카 문화의 발신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거리의 한복판에 서 있는 오래된 아파트 1층. 101호의 현관에는 남색 휘장 막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주거용 건물 같지는 않은 특이한 분위기에 빠져들어 안에 들어가 보니 원룸으로 된 실내에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는 인형과 완구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형태와 표정 무엇 하나를 놓고 보아도 넘치는 개성들. 마치 다른 세계에 빠져든 것만 같은 이 공간이 바로 규슈의 향토 완구와 민예품 전문점 “야마비코야(山響屋)”이다. 가게의 주인인 세가와 신타로씨가 가게를 연 것은 2015년, 30살 때였다. 옛날부터 잡화를 좋아해서 언젠가는 자신만의 가게를 갖는 것이 꿈이었다. 이상적인 가게에 대하여 고민하던 찰나에 이 건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주거용이었던 양실 내에 각목과 패널, 중고 재료들을 가져와 자신의 힘으로 점포로 개장. 수제 선반도 설치했다.

그럼 이 선반엔 뭘 놓아볼까. 제일 중요한 주력상품을 두고 고민하고 있던 차에 세가와씨의 주변에 있던 것이 일본을 대표하는 장식물 인형인 “다루마”였다. 가게를 시작하기 몇 년 전, 우연히 다루마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게 되어 디자인을 참고로 하기 위하여 전국의 다루마 인형을 사들였었던 것이다. 일본에서 향토 완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는 매우 드물다. 우선 선반에 진열해 보았다. 처음에는 취급 수가 적어서 규슈에서 만들어지는 식기도 함께 진열하여 판매하였다고 한다.


공방에 잠들어 있는 보물을 찾다

개점 후에도 2개월에 한 번은 가게를 닫고 배낭 하나 짊어지고 규슈 전역의 향토 완구 작가의 공방을 찾아다녔다.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예약도 잡지 않고 방문했다. 처음에는 가게의 선반을 채우기 위해서 시작했던 여행이었지만 작품이 만들어지는 공간에서 탄생의 유래와 지역성, 담긴 마음을 배우며 진귀한 향토 완구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 거절당한 공방에도 포기하지 않고 찾아다니며 간절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규슈 전역을 일주한 1년 뒤에는 민예품과 향토 완구의 전문점으로 재출발. 현재는 전국 50개 이상의 공방과 이어져 있다.

선반에 진열된 작품을 보면 그 심미안이 잘 느껴진다.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더욱 현지에 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애들이 좋은 거랍니다”라고 말하는 세가와씨. 그중에서도 공방의 한켠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법한 작품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눈과 눈이 마주친 첫인상으로 “재미있다” “귀엽다” “뭐냐 이건”이라는 직감이 들면 작가분들께 제작을 의뢰한다. 그중에는 개점한 뒤 5년 가까이 가게에 계속 남아있는 작품도 있지만 그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화제 삼아 그 작품의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다.


24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쓰야자키 인형과의 만남

일본의 향토 완구는 에도시대 후기 (1770년대)부터 주변의 종이나 나무, 대나무, 흙 등을 사용하여 서민들 사이에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유명한 다루마나 고케시, 마네키네코 등의 인형은 일본의 풍속화인 우키요에로도 그려졌다. 몇백 년도 전부터 친근한 완구로 사랑받으며, 각지의 풍토와 생활 속에서 태어난 향토 완구는 전설과 신앙, 미의식, 행복감 등을 반영하여 그 고장만의 멋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시대와 함께 소실된 작품도 적지 않은 가운데 후쿠오카에는 비교적 많은 향토 완구가 남아 있다.

그중 한집, 후쿠오카현 북서부의 후쿠쓰시에 있는 쓰야자키라는 해안 가의 경관이 뛰어난 마을에서 240년 정도 전부터 만들어지고 있는 쓰야자키 인형 공방 “지쿠젠 쓰야자키 인형 공방”을 방문했다.

7대째인 “하라다 마코토”씨는 인형 장인으로 약 반세기. 현재는 장남 “하라다 쇼헤이”씨와 함께 인형 만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쓰야자키 인형의 특징은 둥글고 소박한 형태와 선명한 색채이다. 그 고장에서 채취되는 질 좋은 도자기용 흙으로 생활 집기를 제조하던 것이 시초이며 그 이후 흙 인형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계승되어 온 수작업으로 태어난 작품은 세가와씨 가게의 선반에도 물론 진열되어 있다.


수많은 쓰야자키 인형 중에서도 특히 세가와씨가 좋아하는 것이 메이지 시대 (1868년~1912년)의 젖먹이 인형 “곤타” (사진 왼쪽)이다. 표정, 용도, 이름 모두 특이하다는 점이 세가와씨의 마음에 와닿았다. 제작의뢰를 했을 당시에는 양산은 하지 않고 있었으며, 아직 가업을 돕지 않고 있었던 하라다 쇼헤이씨의 존재도 몰랐었다고 한다.


뜨거운 마음이 움직인 것

향토 완구는 젊은 사람들의 눈에는 차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여 가업을 이어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던 쇼헤이씨에게 있어서 같은 세대인 세가와씨가 향토 완구에 대한 사랑을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야마비코야에서 쓰야자키 인형이 장식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그 마음은 더욱더 커졌다. 당시의 심경의 변화에 대하여 쇼헤이씨는 이렇게 말했다. “어릴 적부터 일상에서 보고 자란 인형을 저 가게에서 처음으로 손님의 관점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향토 완구가 저만큼이나 많이 모여있는 특별한 공간에서 세가와씨가 하나씩 마음을 담아 유니크한 포인트를 설명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5년 전에 공무원을 퇴직한 쇼헤이씨는 아버지인 마코토씨의 뒤를 이어 8대째가 될 예정이다. 세가와씨와의 만남을 계기로 쇼헤이씨의 마음이 움직였다. 점점 전국매체에도 등장하게 되어 쓰야자키 인형은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그중 하나가 올빼미를 모티브로 한 흙 피리 “모마부에”이다. “모마”란 오래전부터 쓰야자키에서 사용되어온 단어로 올빼미를 의미한다. 해안가 소나무에 자리 잡는 올빼미는 그 고장 현지인들에게는 친숙한 동물이며, 앞을 내다보는 능력을 지닌 생물로 믿어졌었다. 그 모습을 본따서 만든 “모마부에”는 행운을 부르는 장식물로서 신사에서 증여하던 역사도 지니고 있다.

동그랗고 귀여운 향토 완구는 어느새 쓰야자키 인형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공방을 방문하는 젊은이들이나 관광객들도 늘어나서 현재는 “모마부에”에 색을 넣는 체험을 통하여, 쇼헤이씨도 쓰야자키 인형의 역사와 매력을 전하고 있다.

 


“향토 완구는 생활필수품은 아닙니다. 반면 일본의 독자적인 문화와 역사, 기원의 마음이 담겼음을 알게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계기가 됩니다. 한 분이라도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여 구매하시는 분들이 늘어나서, 결과적으로 향토 완구 전체가 남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흥미의 계기를 만들다

이러한 예는 결코 쓰야자키 인형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가와씨가 발품을 팔며 찾은 공방의 수만큼 만남이 있고, 작가들을 포함하여, 손님들과의 사이에도 다양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자식들 세대에게야 말로 향토 완구의 매력을 전해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답을 들었다. “저희들 세대에는 조부모의 집에 가면 반드시 하나둘쯤은 향토 완구가 있어서 싫어도 눈에 들어왔었죠. 반면 자식들의 세대는 분명 우리들 이상으로 향토 완구를 모르고 있어요. 누군가가 모아서 장식해두지 않으면 알려지지 않은 채로 역사와 문화가 끊기게 됩니다. 그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요. 흥미를 갖는 계기를 만드는 것. 저는 그 징검다리가 되어 앞으로도 활동을 계속하고자 합니다” 세가와씨의 온화한 인품과 향토 완구에 대한 편애가 이어주는 이야기들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프로필 >

야마비코야(山響屋)
점주 “세가와 신타로”씨


나가사키현 시마바라시 출신. 규슈 전역의 향토 완구를 취급하는 “야마비코야”의 점주임과 동시에, 오사카를 거점으로 행운장식물 ART를 전개하는 “우타게야”에서 오리지널 다루마 디자인을 만드는 활동에도 참가하고 있다.


야마비코야

후쿠오카시 주오구 이마이즈미 2-1-55 야마사 코포 101

0940-52-0419


지쿠젠 쓰야자키 인형공방

후쿠쓰시 쓰야자키 3-14-3

0940-52-0419

 

인터뷰와 텍스트: Natsuki Shinmoto(Chikara)
사진: Kazuhiro Kaku
프로젝트 디렉터: Chik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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